김재환 EVR스튜디오 대표 "'디지털 휴먼' 게임 승부수…크래프톤 뛰어넘겠다"
할리우드 시각효과전문가 영입
피부 질감까지 데이터 분석해
실제사람 보는듯한 캐릭터 구현
차세대 콘솔게임 히트작 개발
EVR스튜디오가 개발중인 차세대 콘솔게임 `프로젝트 TH` 포스터 [사진 제공 = EVR스튜디오]
"극사실적인 '디지털 휴먼' 캐릭터가 등장하는 차세대 콘솔게임을 만들겠다."
김재환 EVR스튜디오 대표(사진)가 최근 몇 년간 야심 차게 개발 중인 게임을 요약하면 이렇다. 실제 사람을 보는 듯한 디지털 휴먼을 활용해 현실과 디지털 세계의 경계를 허무는 미래 게임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2016년 설립된 EVR스튜디오는 극강의 극사실적인 디지털 휴먼을 만드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머리카락 한올 한올은 기본이고 피부의 질감뿐 아니라 모공, 솜털, 웃거나 찡그릴 때 생기는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까지 생생하게 구현한다. 또 AI가 얼굴 표정, 입모양의 변화, 음성(목소리) 등을 정확하게 매칭한다. 김재환 대표는 "실시간으로 말하면서 표정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며 "실존하는 인물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 북미지사, 중견 게임사인 엑스엘게임즈 등을 거쳐 EVR스튜디오를 이끌게 됐다. 가상현실(VR)에 매료돼 VR 게임을 개발해왔다. 최근엔 VR의 연장선상인 디지털 휴먼을 활용해 석정현 작가의 웹툰 '무당'을 지식재산(IP)으로 콘솔게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회사의 최강 디지털 휴먼 기술을 갈아넣어 히트작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실제 EVR스튜디오의 디지털 휴먼 제작 기술은 국내 최고 수준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강남 본사에 디지털 휴먼 제작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스튜디오엔 돔 형태의 특수 촬영 장비가 있다. 이 장비엔 수만 개의 빛을 쏘는 광학장치와 개조한 렌즈가 촘촘히 달려 있다. 이 안에서 특수장치가 부착된 헬멧을 쓰고 360도 얼굴을 스캔한다.
김 대표는 "카메라를 활용한 촬영과 달리 빛을 투과시켜 스캔하는 방식이어서 피부 표피층과 진피층까지 데이터로 분석하기 때문에 질감을 디테일하게 재현한다"고 설명했다. EVR스튜디오는 특수 슈트를 입고 팔·다리·몸통 등 다양한 신체 움직임을 촬영하는 공간도 있다. 상반신뿐 아니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디지털 휴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김 대표는 "회사 설립 초기부터 미국 할리우드에서 시각 효과 전문가들을 영입해 디지털 휴먼 제작 기술을 꾸준히 개발해왔다"며 "그 결실인 디지털 휴먼 제작 장비는 아시아에서 EVR스튜디오가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 게임은 '프로젝트 TH(가제)'로 불린다. 웹툰의 설정에 따라 '두 개의 심장(Two Hearts)'을 뜻하는 영어의 T와 H를 따서 프로젝트명을 정하게 됐다. 이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에 디지털 휴먼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실제로 금광산 씨, 허성태 씨, 이홍내 씨 등 영화배우와 협업해 디지털 휴먼을 만들었다. 김 대표는 "얼굴 데이터를 활용해 가상의 캐릭터를 구현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VR스튜디오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김 대표는 주저 없이 크래프톤을 꼽았다. 글로벌 히트작인 1인칭 슈팅게임(FPS)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크래프톤은 올해 IPO(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다. 김 대표는 "국내에 훌륭한 게임사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크래프톤은 과감한 도전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성공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TH를 통해 '제2의 크래프톤'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지난 6년간 호흡을 맞춰온 개발자들과 똘똘 뭉쳐 글로벌 게이머들을 열광시킬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크래프톤을 뛰어넘는 개발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